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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밤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자동차 소리로 깊을 줄 모르지만, 제가 머무는 여기는 해가 지면 금세 짙은 어둠과 적막이 찾아옵니다. 풀벌레 소리만 아스라이 들리는 고요한 밤,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잠든 두 살배기 포메라니안 녀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평온해지는데요.
하지만 이 고요한 밤이 누군가에게는 뜬눈으로 지새워야 하는 고통의 시간일수 있습니다. 교직에 있을 때도 밤잠을 설치고 수면제에 의존하다 오히려 만성 피료에 시달리는 동료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억지로 뇌를 재우는 약 대신, 긴장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이완시켜 자연스러운 꿀잠으로 인도하는 선조들의 천연 수면제, 대추와 버려지기 쉬운 파뿌리에 얽힌 지혜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천연 신경안정제, 달콤함 붉은 과실 대추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 는 옛 말이 있을 정도로 대추는 예로부터 노화를 막고 기력을 보충하는 귀한 열매였습니다. 하지만 대추의 진짜 진가는 바로 신경 안정 효과에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기록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대추를 일컬어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속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을 보호한다. 의지를 강하게 하고 12경맥을 도와주며,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적고 있습니다.
과거 과거시험응ㄹ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선비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곁에 두고 마셨던 것이 바로 진한 대추차였습니다. 현대 과학으로 분석해 보아도 대추에는 판토텐산이라는 물질과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억제하고 예민해진 신경을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천여 ㄴ수면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2.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숨은 명약, 파뿌리 '총백'
요리를 할때 밑동을 싹둑 잘라 무심코 버리는 파뿌리.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파뿌리는 총백이라 불리며 감기와 두통, 불면증을 다스리는 매우 귀한 약재로 대접받아 왔습니다.
파뿌리에는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이 알맹이보다 훨씬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이 알리신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굳어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뇌로 가는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긴장성 두통을 가라앉힙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로 쏠린 열과 압력을 아래로 편안하게 내려주는 데에는 이 파뿌리만한 것이 없습니다.
3. 대추와 파뿌리, 완벽한 숙면 시너지
그렇다면 왜 이 달콤한 대추와 매운 파뿌리를 함께 끊여야 할까요?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고, 몸의 기혈 순환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파뿌리의 매운 성질이 꽉 막힌 기운을 뚫어 체내의 뭉친 스트레스를 밖으로 발산시키면, 뒤이어 대추의 따뜻하고 달콤한 성질이 텅 빈자리에 평온함을 가득 채워줍니다.
마치 단단히 뭉친 어깨를 파뿌리가 주물러 풀고, 대추가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는 것과 같은 완벽한 상호보완 작용입니다.
4.집에서 끊여 마시는 대추 파뿌리 차 비법 (총백대추차)
수면제 부작용 걱정 없이, 주방에서 10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숙면 차 레시피를 알려드립니다.
-재료 준비 : 잘 말린 대추 10알 내외. 대파 뿌리 3~5개
-손질하게 : 대추는 통째로 끊이면 영양분이 잘 우러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칼로 칼집을 내거나 반으로 쪼개서 씨까지 함께 넣어주세요. 파뿌리는 흙이 남지 않도록 칫솔이나 흐르는 물에 아주 깨끗하게 씻어 말려둡니다.
-은은하게 끊이기 : 물 1.5리터에 손질한 대추와 파뿌리를 넣고 센 불에서 끊입니다. 물이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30~40분 정도 은은하게 달여주세요.
-잠들기 1시간전, 따뜻하게 데워 한잔을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면 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5. 섭취 시 주의할점 (부작용)
자연의 식재료라도 체질에 따라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위산 과다 및 위장 장애 : 파뿌리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은 빈속에 진하게 먹을 경우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평소 위가 쓰리거나 역류성 식도염이 심하신 분들은 파뿌리의 양을 줄이거나 끓이는 시간을 짧게 조절하셔야 합니다.
-당뇨 환자 : 대추는 천연 당분이 매우 높은 과실입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으므로 하루1잔이상 과음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6. 맺음말 : 마음을 비우는 시간
우리가 밤새 뒤척이는 이유는,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과 오늘 겪은 후회들을 머릿속에 놓지 못하기 때문일것입니다. 수면은 억지로 청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때 자연스레 찾아오는 손님과 같습니다.
오늘밤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알싸하면서도 달큰한 대추 파뿌리 차 한 잔의 온기에 온몸을 맡겨보세요.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며, 어느새 툇마루의 강아지처럼 편안한 꿈나라로 빠져드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