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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별이 고택의 대청마루 깊숙이 들어오는 계절입니다. 마당에서는 두 살배기 포메라니안 녀석이 쉴새 없이 흙냄새를 맡으며 뛰어노는데, 겨울 내내 움츠렸던 제 몸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무겁기만 하네요.
역사를 가르치던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어 유독 피로해하는 동료 교사들이나 춘곤증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볼 때면 늘 속으로 떠올리던 첩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기를 보충하는 으뜸 약초인 황기와 피를 생성하는 당귀의 조합!
흔히 기력이 떨어지면 값비싸나 인삼이나 홍삼부터 찾기 마련이지만, 체질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우리 몸의 근본적인 에너지를 채워주는 데는 이 두 약초만 한 것이 또 없습니다. 오늘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당귀와 황기 의 진짜 효능과, 집에서 쉽게 달여 마시는 비법을 전해드립니다.
1. 이름에 담긴 역사 : 마땅히 돌아오게 하다 '당귀'
약초의 이름에는 옛사람들의 직관적인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당귀는 마땅할 당 에 돌아올 귀 자를 씁니다. 옛날 중국에서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의 품에 아내가 챙겨주던 약초로, 기력을 잃거나 피를 많이 흘렸을때 이를 먹고 마땅히 살아서 돌아오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이름입니다.
이름의 유래처럼 당귀는 조혈과 보혈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의 보감에서는 당귀를 일컬어 모든 혈병을 치료하며, 멍든 피를 헤치고 새 피를 생겨나게 한다고 극찬했습니다. 혈액순환이 안 돼서 손발이 차갑거나,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머리가 맑지 않을 때 당귀는 체내 곳곳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하는 훌륭한 펌프 역할을 해줍니다.
2. 기를 끌어올리는 호위무사, 황기
당귀가 피를 채워준다면, 황기는 우리 몸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고 기운을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삼계탕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길쭉한 나무토막 같은 약초가 바로 황기 입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는 분들에게 황기는 명약입니다. 체표를 튼튼하게 하여 새어 나가는 기운과 땀을 막아주고, 폐와 비장의 기운을 보충해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인삼이 몸속 깊은 곳에 뜨거운 열을 불어넣는다면, 황기는 은은하고 부드럽게 기력을 채워주어 체질에 구애받지 않고 평소에 차로 즐기기 아주 좋습니다.
3.완벽한 시너지 : 당귀와 황기를 함께 달여야 하는 이유
한의학에서는 기와 혈을 바늘과 실의 관계로 봅니다. 기운이 없으면 피가 돌지 못하고, 피가 부족하면 기운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당귀와 황기는 반드시 짝을 지어 먹어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황기와 기운을 북돋아 펌프질을 시작하면, 당귀가 만들어낸 맑은 피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원리입니다. 이를 옛 처방에서는 당귀보혈탕이라부르며 , 큰 병을 앓고 난 후나 극심한 피로에 시달릴 때 최고의 처방으로 꼽았습니다.
4. 영양 듬뿍, 당귀황기차 달이는 비법
집에서 값비싼 한약 대신 매일 물처럼 마실수있는 당귀황기차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 황금비율 : 황기 5 , 당귀 1이 최적이에요. ( 당귀 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당귀를 너무 많이 넣으면 써서 마시기 힘듭니다.)
- 물에 달이기 :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은 약초를 물 2리터에 넣습니다.
- 은은하게 끓이기 : 센 불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가장 약한 불로 줄여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은은하게 달여줍니다. 물이 반으로 줄어들고 붉은 갈색빛이 돌면 완성
- 대추 3알을 함께 넣고 끓이시면 단맛이 우러나와 쓴맛을 중화해주어 훨씬 마시기 좋습니다.
5.섭취 시 주의할점 (부작용)
아무리 훌륭한 약초도 내 몸에 맞게 과유불급을 지켜야 합니다.
- 감기 초기나 열이 많을 때 : 몸에 열이 펄펄 나거나 급성 염증이 있을 때는 황기가 땀구멍을 막아 열이 빠져나가는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 소화 불량 : 평소 소화 기능이 매우 약해 자주 체하시는 분들은 당귀의 성분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아주 연하게 끓여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을 권장
6. 맺음말 : 채움의 미학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무언가를 더 많이 먹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부족한 것을 정확히 알고 채워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몸이 유독 무겁고 지치는날, 커피나 에너지 음료 대신 집 안 가득 은은한 한약재 향을 풍기며 당귀황기차를 끓여보세요.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차 한 모금이 지쳐있던 몸의 세포들을 하나둘 정답게 깨워줄 것입니다.